가난한 날의 행복
가난한 날의 행복
가난했던 날들을 떠올리면, 이상하게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넉넉하지 않았다는 기억보다, 그 속에서 발견했던 작은 기쁨들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돈이 없던 날의 행복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그만큼 선명했고, 오래 남았다.
그 시절의 아침은 단순했다. 알람 대신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햇빛이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었고, 냉장고에는 많지 않은 재료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 그릇의 밥과 따뜻한 국이 있으면 충분했다.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오늘을 견딜 힘을 주는 음식이었다. 부족함 속에서도 “오늘도 살아갈 수 있구나”라는 안도감이 있었다.
가난은 선택을 줄여주었다. 무엇을 살지, 어디로 갈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이미 가진 것들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오래 입은 옷의 촉감, 닳아버린 신발의 편안함, 낡은 노트에 적어 내려가던 생각들. 새로움은 없었지만, 익숙함이 주는 안정이 있었다. 그 안정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사람과의 관계도 달랐다. 값비싼 식사 대신 길을 걸으며 나눈 대화가 더 많았고, 선물보다 함께 보낸 시간이 더 중요했다. 서로의 사정을 알기에, 꾸밈없는 마음이 오갔다. 가난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솔직함을 허락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웃었고, 그 웃음은 의외로 오래 갔다.
밤이 되면 하루를 정리했다. 잘한 일보다 버텨낸 일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내일을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서 오늘이 더 소중해졌다. 불확실함은 불안을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순간을 붙잡게 만들었다.
이제 시간이 흘러 생활은 조금 나아졌지만, 가난한 날의 행복은 여전히 기준이 된다. 그때 배웠다. 행복은 많음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 비교가 줄어들 때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것, 그리고 감사는 상황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가난한 날의 행복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행복은 삶의 바닥에서 발견한 진짜였다. 그래서 지금도 힘들 때면 그 시절을 떠올린다. 적게 가졌지만 충분했던 날들, 그 조용한 풍요가 지금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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